몸에 여유가 생기면 달라지는 운동 자세, 일도 다르지 않더라
처음엔 맨몸으로만 스쿼트를 해도 힘들어서 쩔쩔맸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땀은 비 오듯 했다. 나는 땀을 흘리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그동안 땀을 흘리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몸을 단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중량 40킬로그램을 들고 스쿼트를 한다. 모든 운동에서 그렇지만, 스쿼트에서도 자세가 중요하다. 처음 몇 번은 자세를 바르게 잡을 수 있지만, 횟수가 넘어갈수록 자세가 흐트러진다.
자세가 흐트러진다는 이야기는 원래 써야 하는 근육을 쓰지 못하고, 다른 근육이 동원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자칫하면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부상을 당하면 쉬거나 아예 운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중량을 줄여 자세를 다시 잡아 준다. 그렇게 하면 몸에 여유가 생긴다. 이전에 들었던 30킬로그램의 무게가 이전만큼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40킬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다. 몸에 여유가 생기면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부상의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강해야 여유가 생긴다
최근 나는 사업상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해결하기 위해 법적인 부분과 포털 측 신고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시도했지만, 결국 해내지 못했다. 너무 많은 패를 상대에게 내주었다. 초보 사업가로서 순진하게 운영한 면도 없지 않았다.
자본은 적고, 규모도 작으며, 경험도 적은 소상공인이 전략적으로 이기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시도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변호사를 고용할 비용은 없었고, 회사의 적은 인력으로 그것까지 방어하기엔 무리였다. 결국 우리는 상대와의 싸움을 포기했다. 자칫하면 운동할 때처럼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만약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면 더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니, 실익이 없는 싸움이었다. 자존심이 몹시 상했지만, 사업은 자존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남편이 말했다. 자존심도 힘이 있을 때나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지금은 자존심보다는 사업을 키우는 것이 먼저였다.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회사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로 삼았다. 회사의 규모와 경험을 더 쌓으며 한층 더 튼튼해지기로 했다. 운동에서 중량을 줄이고 여유로 자세를 바로잡듯이 회사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내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한참 젊은 시절의 나는 쌈닭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쳤고, 내 뜻이 관철 되어야했고, 상대방을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젊은 시절의 나라면 내가 상처를 입더라도, 손해가 나더라도 끝까지 물어뜯고 싸웠겠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그만큼 남의 말을 경청할 줄도 알고, 전체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여유도 생겼구나 싶었다.
"몸이 강해지면 여유가 생겨요."
트레이너의 말이었다. 나이가 들면 다 약해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며 내 생각과 경험은 강해지고 있었나 보다.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것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결국 긍정은 강함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강함은 여유를 만들고, 여유는 긍정을 만든다. 만약 여유 없이 억지로 짜내는 긍정은 후유증이 있다.
예전의 나는 억지로 '마음먹기'를 하곤 했다. 억지로 마음먹기에 해당하는 일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회사와 관계된 일이었고, 억지로 마음먹기를 하고 난 후에는 몸과 마음이 몹시 피폐해지곤 했다. 거절을 못 해서 억지로 마음먹고 일을 해내는 것도 많았다.
그렇게 해낸 일로 누군가 고마워하지 않으면 그것이 또 서운해서 꾹꾹 눌러 담았다. 내가 가진 역량 이상의 것을 억지로 짜냈기 때문이었다. 꾹꾹 눌러 담은 서운한 감정은 언젠간 폭발했고, "네가 그럴 줄은 몰랐어"라는 말로 되돌아오곤 했다.
내 능력치를 가늠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였다. 이제 나는 아무 일이나 마음먹지 않는다. 거절도 곧잘 한다. 내 능력치를 벗어난 부탁에 대해선 거절한다.
물론 능력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내 능력 이상의 것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내 능력 이상의 것을 해내는 순간은 이 무게가 너무나 익숙해서 더는 발전이 없다고 느낄 때다.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 충분히 체력을 키운 후 다음 스텝으로 나가는 것, 내가 운동에서 배운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는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능력에서 '조금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 '조금 더'의 가늠치는 현재 내 능력을 내가 잘 파악하고 있을 때다. 욕심만 부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것을 젊은 시절에는 몰랐다.
사업상 이슈를 맞이하며 오래된 기업들이 어쩌면 당연히 알고 있을 그것을 우리는 몰랐다. 연식이 조금 더 쌓이면, 우리도 알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40킬로그램의 무게를 들어올리며, 자연스럽게 쌓이는 노하우를 억지로 얻으려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언젠가 도달해 있을 미래의 나에게, 우리에게, 회사에게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너무 늦지 않게 가겠다고 말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이혜선
http://n.news.naver.com/article/047/0002382407?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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