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성 난청 환자, 80~90%에게서 이명 생겨
'삐~' 같은 소리가 들리는 이명(耳鳴)이 발생하면 증상이 곧 호전될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순 증상으로 여겼던 이명이 청각을 잃게 만드는 돌발성 난청의 동반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드물게 뇌종양 등 뇌 질환 신호일 수 있기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돌발성 난청은 말 그대로 별다른 원인 없이 갑자기 청력에 변화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순음 청력 검사에서 3개 이상 연속된 주파수에서 30데시벨(dB) 이상의 청력 손실이 3일 이내 발생하면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한다.
돌발성 난청은 양쪽 귀에 모두 발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대개 한쪽 귀에서 발생한다. 3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국내 발병률은 10만 명당 20~50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청각 신경에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 혈액순환 장애, 달팽이관 내부 손상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 밖에 알려진 원인으로는 달팽이관 속 막 파열, 자가면역성 내이(內耳) 질환, 신경학적 질환, 청신경 종양 등이 있다.
돌발성 난청은 분명한 원인 없이 수시간 혹은 며칠 이내 갑자기 발생한다. 주요 증상은 난청과 함께 이명이 동반될 때가 많다. 이명이 돌발성 난청 환자의 80~90%에게서 나타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된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시 저음이나 고음 영역에서 부분적인 청력 손실이 나타나므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익숙한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난청 증상과 함께 실제로 소리가 나지 않는데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이명, 귀에 무언가 차 있는 느낌이 드는 귀 충만감, 어지럼증 등이 동반돼 나타날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발병 후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김영호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체 돌발성 난청의 3분의 1 정도에서 빠른 청력 회복을 보인다”며 “그러나 난청 정도가 심하거나 오래 방치돼 어지럼증 등 동반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발병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했다.
배성훈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좋아진다”면서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 가능성이 떨어지고 영구히 청력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치료 3대 원칙으로는 조기 발견ㆍ조기 진단ㆍ조기 치료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환자가 직접 해야 하는 조기 발견은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돌발성 난청의 조기 발견은 환자의 주관적 느낌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갑자기 이명과 난청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난청 증상은 느끼지 못하고 단순한 이명으로 착각해 방치하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온 한쪽 귀의 청력 감소를 귀 먹먹함으로 착각하고 상당 기간 방치될 때도 종종 확인된다. 특히 증상 표현이 어려운 고령인이나 어린이에게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는 더 힘들 수 있다.
이처럼 조기 발견이 어려운 돌발성 난청 특징으로 인해 증상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후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매년 줄지 않고 있다.
돌발성 난청은 가족력이나 개인 과거 병력과 관련해 나타나는 다른 질환과 달리 예측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갑자기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돌발성 난청의 기본 지식ㆍ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조기 발견에 매우 중요하다.
돌발성 난청은 언제 누구에게 나타날지 모르는 응급 질환이므로 예방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없다. 따라서 청력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청력 이상ㆍ이명ㆍ귀 먹먹감ㆍ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면 이른 시일 내 가까운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의 대처법이다.
건강검진 시 시행하는 단순한 방식의 청력 검사만으로는 자신의 청력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순음 청력 검사와 어음 역치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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