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전문 기자가 알려주는 한국의 사이비 종교의 진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사이비 종교’에 낚일 경우 금전적 손실과 성범죄에 노출돼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는 신이다’가 사이비 종교 공습경보인 셈이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는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신앙인들이 가장 환호하는 메시아나 신유(신의 치유) 능력자, 예언자란 환상을 심어주면서 신자들의 넋을 쏙 빼놓기 일쑤다. ‘나는 신이다’에서도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교주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득표 순위를 맞췄다거나,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가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하는 신유 능력을 보이며 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1955년 등장한 천부교의 박태선 장로도 병을 고치는 능력으로 세를 얻기 시작했다.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도 항공기 폭파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는 등 특별한 이적을 강조하면서 일반인들과는 다른 초능력자임을 강조한다.
1981년 창설된 영생교 조희성 교주도 자신을 하나님, 구세주, 승리자, 정도령 등으로 칭하며 자신을 믿으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고 영생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3년 영생교 신도 15명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영생교 밀실 정원(소사 은혜원)에 암매장된 유골을 발견함으로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생교 조희성 교주는 천부교 박태선 장로를 만나 병이 나은 뒤 하나님께서 직접 인간의 육신을 입고 내려온 것이며, 죄를 완전히 이기고 하나님(부처님)이 돼 영생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승리제단을 세워 사람들을 구원하는 구세주의 사명을 다하고 하나님의 신으로 환원했다는 주장을 폈다. 신도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던 조 교주는 2004년 옥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만민중앙교회가 이재록 목사를, 신천지가 이만희 총회장을 예수 다음의 목자라고 하는 것도 유사한 행태다. 통일교 문선명 교주도 16살 때 맞은 부활절 아침에 ‘예수가 나타나 (구원을) 다 하지 못했으므로 네가 완성하라’고 했다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통 종교에서는 교주가 가진 능력이 그가 메시아이거나 구원자라는 증거로 보기는커녕 오히려 사탄의 증거로 본다. 성서엔 예수가 시험산 인근 광야에서 40일간 기도한 뒤 사탄의 시험을 받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예수는 사탄으로부터 △돌을 떡으로 만들라 △높은 데서 뛰어내리라 △나에게 절하라 등의 소리를 듣는다. 이어 사탄은 육체적 욕망과 능력, 권세를 주겠다며 유혹하지만, 예수는 그런 유혹을 다 이겼다고 전하고 있다.
또 불교에서도 마왕조차 붓다 못지않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천안통(天眼通), 보통 귀로는 듣지 못할 음성을 듣는 천이통(天耳通),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타심통(他心通), 지나간 세상의 생사를 아는 숙명통(宿命通), 불가사의하게 경계를 바꾸며 나타내기도 하고 마음대로 날아다니기도 하는 신족통(神足通)은 붓다뿐 아니라 마왕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붓다와 마왕의 차이는 누진통(漏盡通·번뇌가 모두 사라지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일뿐이라고 한다. 즉 번뇌를 끊는 것이 기준인 것. 탐욕, 진에(분노하는 것·시기·질투), 우치(사물의 도리 이해 못 하는 어두운 마음) 등 삼독의 근원인 욕망의 뿌리를 끊은 것이다. 따라서 성과 돈 같은 욕망의 노예인 사이비 교주들은 메시아나 ‘깨달은 자’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결국 남보다 우월한 능력이나 욕망의 달성이 아니라 욕망을 비우고 아름다운 삶을 실천하는 종교인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욕망의 화신들이 메시아나 ‘깨달은 자’일리 만무한 것이다.
‘나는 신이다’에서 제이엠에스와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신자들의 증언이 알려주듯이, 교주들이 거짓으로 선보이는 놀라운 능력에 현혹돼 그들을 믿은 대가는 교주의 욕망을 위해 철저히 이용당하는 노예의 삶이다. 사이비 교주들은 병에 걸리면 간절하게 낫고 싶은 환자들의 약한 마음과 불확실한 미래를 좀 더 알고 싶고, 안정된 내세를 보장받고 싶은 인간의 불안 심리를 예리하게 악용해, 신자들에게 끝없는 헌신을 강요하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운다.
교주들은 자신들은 아방궁에서 황제처럼 호의호식하며 성적 쾌락을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며 신자들을 노예처럼 부린다. 사이비 교주들은 신자들에게 현세를 회피하고, 내세에 복을 구하게 하는 신앙관을 세뇌시킨다. 하지만 오직 자신은 현세적 향락의 끝판왕으로 살아간다. 다큐에서 32명이 사망한 오대양사건의 배후일 수 있다는 암시를 준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교리 가운데 하나는 ‘속세를 벗어나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병언씨가 작명했던 세월(歲月)호는 ‘세상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사이비 종교를 더욱 알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교주들이 과시하는 ‘남다른 능력’(?)만이 아니다. 교주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조연들’이 큰 역할을 한다. 사이비 종교일수록 명문대 출신의 스펙을 가졌거나 선호하는 의사나 검사, 판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들이나, 미모의 여성이나 남성 등 이른바 ‘잘난 사람’을 앞세워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따라서 신앙 초보자들은 ‘저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사이비 종교에 입문했겠는가, 저 사람들이 믿는 종교라면 신뢰할 만한 곳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안심하기 쉽다. ‘나는 신이다’에서도 정명석 교주 주위엔 명문대로 불리는 ‘스카이’(SKY·서울대,고대,연대) 출신들이 즐비해 한양대 출신조차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다는 증언이 나온다.
특히 그들의 집요한 선교 전략에 낚일 경우 거미집에 걸린 곤충처럼 그곳을 빠져나오기가 매우 어렵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경우 전도 대상자 한명에게 3~4명부터 20명까지 따라붙어 인간관계를 맺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그가 등산을 좋아하면 등산팀을, 축구를 좋아하면 축구팀을 꾸리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면 공방 팀을 만드는 식으로 친분을 맺는다. 인간관계가 힘들어 고통스러워 하는 청년에겐 상담 카페에서 심리상담도 해주며 공을 들인다고 한다. 특히 사이비 종교 단체들은 가족이나 학교, 친구 등과의 관계를 차단해 오직 종교 안에서의 관계에만 ‘올인’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지난 7~8일(현지시각) 이틀에 거쳐 신천지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낸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포스트>도 신천지의 선교 전략을 고발했다. 이 기사는 33살 교사 제이씨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2019년 이모로부터 온라인 성경 공부 모임에 함께하자는 권유를 받고 성경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가 자신이 알던 성경 지식과 달라 그만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와 동생은 계속해서 성경 공부 모임에 남아,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을 새로 온 메시아라 믿으며 이를 비판하는 자신을 악인이라고 불렀다. 결국 가족 간 다툼이 벌어지면서 2021년 7월 이후 어머니, 여동생과 연락이 끊겼다는 사연을 기사는 전하고 있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장을 지낸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 겸 목사는 “사이비 종교들은 집단 소속감을 갖도록 자기들끼리만 친교를 강화하고, 바깥사람들과의 관계는 차단해 놓기 때문에, 나중에 교주의 문제를 알고 난 뒤에도 그 집단과의 관계가 자신이 맺은 인간관계의 전부여서 도저히 끊으려야 끊을 수 없게 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종교학 및 신학에서는 사이비 종교와 관련 ‘종교 중독’이란 개념을 도입해 그 문제점을 짚는 분석이 많다. 종교 중독이란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이 그렇듯 현실을 강박적으로 회피하게 만들고 중국엔 삶을 황폐하게 하면서까지 종교에 빠져들게 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종교 중독은 약물 중독과 달리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릇된 것으로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고 한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그릇된 신앙을 가진 이단 교주의 결함의 원인은 주로 부모와의 관계, 자기애성 성격장애 등에서 찾을 수 있다”며 “신도의 경우 (기존) 교회에 대한 실망, 소속감 결핍, 정체성 혼란, 개인적인 상처 등 기타 문제로 인해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는 신이다’에서 드러난 대로 교주는 살인과 테러를 예사로 저지르고, 맹신자들은 교주의 교사에 따라 아바타처럼 범죄를 저질러 사이비 종교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흉기이자 암 덩어리임을 보여주었다. 기성종교라고 할지라도 정도의 차이일 뿐 사이비 종교와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사이비 종교도 종교의 일부인데 종교가 사람을 돌보지 않고 해치는 것을 방치한 데에 대한 우선적 책임은 종교계에 있다”며 “이런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종교계의 각성과 참회와 쇄신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기존) 종교계가 사이비 종교를 비판하고 제어할 자정 능력이 남아 있을까’를 생각하면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회가 종교를 정화하고 구원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작가 실비아 브라운이 밝힌 사이비 감별법도 흥미롭다. 실비아 브라운은 2010년 출간한 <종말론>에서 사이비 교주의 행동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자신이 주장하는 교리만이 유일한 진리이며 전통 종교들은 모순과 위선으로 가득하다고 주장한다.
2. 증명이 불가능한 주장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은 일상적으로 하느님과 소통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환생한 메시아나 예언자라거나, 하느님이 자신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겼다거나, 종말 때 자신만이 신자들을 안전하게 하느님의 품으로 인도할 수 있으며 불신자들은 소멸한다고 말한다.
3. 믿음의 증거로 신자들로부터 십일조나 세속적인 재산과 소유물의 ‘증여’를 강요한다.(경제적인 능력을 뺏는 것보다 사람들을 잡아두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4. 빈민 구제 사업과 인도주의 활동과 같은 숭고하고 거부할 수 없는 목표들을 제시한다.(신자들은 나중에야 그들의 모든 노력이 바깥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 내부의 목적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
5. 신속하게 신자들을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고 공동생활을 하게 한다. 온종일 교주에게 온통 바쳐야만 세속의 죄를 씻고, 종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신자들을 통제하는 방법은 없다.)
6. 일단 포섭한 뒤에는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삶을 시시콜콜 간섭하기 시작한다. 보통 성경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실제로는 교주 마음대로 성경을 편리하게 해석하며 질문이나 반론은 허락하지 않는다.(하느님 및 교주의 미움을 사서 추방하겠다고 협박하며 점점 통제를 강화하고 결국 신자들은 주눅이 든 나머지 혼자서는 간단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게 된다.)
7. 단조롭고 규칙적인 생활을 강요하면서 ‘우리 대 그들’의 대립을 강화한다. 가족, 친구, 법 집행자, 국세청, 총기단속국을 비롯한 정부기관과 같은 ‘외부인들’의 간섭을 메시아가 이 세상에서 하는 일을 방해하려는 불신자들의 박해로 간주한다. ‘그들’을 멀리하지 않으면 세상의 종말이 올 때 메시아의 영원한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다.
조현 기자 cho@hani.co.kr
http://n.news.naver.com/article/028/000263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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