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19일이 지났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힘들다는 말로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1학년인 딸아이는 낮 12시면 학교가 끝난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하루 두 시간 아이를 돌봐주는 선생님을 고용했다.
남은 시간에는 학원들을 보낸다. 소위 학원 뺑뺑이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엄마 아빠의 퇴근 시간까지 버텨야 하는 '임무'와도 같은 시간이다. 학원들 중간에는 태권도 학원을 끼워넣었다. 태권도 학원 셔틀이 아이를 픽업해 다음 학원으로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도 아이가 학원 버스에 제대로 탔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내내 신경이 쓰였다. 이제 8살. 아직은 어린 아이가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들을 전전해야 하는 사실이 괴로웠다.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이 죄인같았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이미 7시 출근, 4시 퇴근을 하고 있는 그는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을 차린다.
귀가 시간이 빨라진 아이를 돌보려면 몇 시에 퇴근해야 하나. 그럼 또 몇 시에 출근하면 되지? 6시에 출근하려면 새벽 3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저도 모르게 이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00아, 이러다가 엄마 죽으면 어떡하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딸이 되물었다.
"엄마, 애기 낳은 거 후회해?"
머리로는 '아니, 우리 딸 낳은 거 후회 안 하지'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을 낳은 걸 후회하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엄마라니.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알 수 없는 분노가 뒤섞여 몰려왔다.
남편은 돌봄교실을 신청하면 오후 시간은 조금 여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였다. 신도심과 구도심이 섞여 있는 동네여서 길 건너 옆 동네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신도심에 있어 1학년에 12학급, 반 학생도 27명이나 된다고 했다. 아이가 "엄마, 나 아직까지 선생님이랑 따로 얘기 못 해봤어"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다.
학급 인원이 많지만 모두가 돌봄 교실을 선호하는 건 아니었다. 워킹맘에게 돌봄 교실은 필수지만, 아이가 원하는 걸 배울 수 없었다. 커리큘럼이 교육보다는 보육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 했다.
더군다나 엄마들 사이에서 '돌봄 교실 다니는 애들은 맞벌이라 아이들 관리가 잘 안 되니 돌봄 애들이랑은 놀지 말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왕따'가 될 걸 감안하고서 나 편하자고 돌봄 교실을 보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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